Wednesday, September 11, 2013

자꾸만 애간장을 태웠다. 분노하다가도 어떻게든 이뻐보이고 싶어 무진장 애를 썼다. 어느 날 밤은 나한테, 너는 정말 사랑스러워, 라고 했는데 그 말이 너는 사랑스럽지만 너를 사랑하지는 않아, 라는 말로 들려 잠결인 듯 정강이를 발로 차주었다.

그 당시의 나. 그 아이를 위해 찍은 사진. 

Thursday, May 23, 2013

자야 되는데

며칠 전, 만나자마자 아론이 풀 죽은 목소리로
넌  나보다 영화 취향이 좋은거 같아,
라고 해서 에? 에에-?
그러더니, 그리고 넌 나보다 책도 많이 읽고, 난 책 잘 못 읽는데.
그래서 내가 대신에 너는 재능이 많잖아 사진도 잘 찍고 요리도 잘 하고 말도 천재같이 할 때가 많잖아
그러니까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나는 그래도 브래들리 쿠퍼 좋아해

Monday, December 31, 2012

Bye 2012

혼자.
기분과 몸은 최악이고, 무엇을 잃기 위해 이렇게 치열해야 하는가. 여기 가만히 앉아 몇 시간만 흘러 보내면 2012년은 너무도 쉽게 잃을 수 있는데도.
며칠 전 술에 취해 나보고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온갖 악담을 퍼부었던 희진이가 생각 나,
나도 개 같은 년이 되고 싶을 때도 있어, 라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http://goldenrecord.org/viewer.swf
1977년에 우주로 쏘아보낸 이미지들이라고 한다. 받는 사람(것?)이 어디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존재는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지구를 잘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를 고르고 고른 사람의 마음이 괜히 짠하다.

내년에는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네요.

Thursday, December 27, 2012

Winter 2012

끝나간다.

정말 '끝'이기 전까지는 끝의 시작의 무한 반복일 것 같은 느낌.

2012년 지구 종말은 오지 않았다. 지난 겨울 히스토리 채널에서 윤년이 로마제국 당시 시작 된 것이고 마야 달력이 만들어 진 다음이니까 현재 날짜에서 대략 500일을 빼야하기 때문에, 결국 2012년 12월 지구 종말은 사실 2010년 쯤 일어났어야 한다는 그런 걸 봤는데.  뭐,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더래도 마야 달력의 지구종말은 20세기 소년의 세계멸망계획보다도 설득력 없긴 했지만. (칸나!!!!)

어쨌든 끝의 시작은 슬프다. 모든 게 신생아 같았으면 좋으련만. 이 아이는 4살 때 암으로 죽을 걸세, 선고를 받고도 뭐 갖다버리지도 못하겠고, 병원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과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모순적인 생각들 속에서 분명한 건 더 이상 약물과 수술로는 암을 멈출수가 없대나 뭐래나. 의욕을 상실한 나는 그저 끄덕끄덕, 아, 그렇군요, 흠흠, 하며 우는 것이 도덕적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밤엔 Destroyer의 Kaputt이 꽤 괜찮은 것 같다. 노래들이 하도 비슷해서 트랜지션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겠고 이 노래가 저 노랜지 아니면 아직도 이 노래인지, 그냥 아주 긴 노래를 듣고 있는 것 같아서.

세수도 안 한 나를 데려다 주면서 차에서 이 앨범을 틀길래 아침부터 갑자기 짜증이 나려고 해서 차 문을 힘껏 닫고 뒤도 안보고 내린 기억이. 플로리다 여름. 그 때도 이런 기분이었지. 게이트에서 한국 사람들 바글바글 하게 모여있는 것을 봤을 때도 끝의 시작인 것 같았는데. 5년 동안 모르는 사람이 내 이름을 정확히 발음했던 기억이 별로 없고,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아예 없었던 것 같은데 대한항공 승무원이 마이크를 통해 내 이름을 너무도 정확히 부르는 순간 느꼈던 이질감. 끝.

Monday, August 6, 2012

Summer 2012


선풍기 전원버튼을 내내 엄지발가락으로 눌렀다가 몇 분 있다 다시 눌렀다가를 반복한다.
엄지 발톱은 빨갛다.

그저께 계곡에 갔을땐 창피했던 발가락.
메니큐어를 바른지 좀 되서 손톱으로 가운데를 긁어 냈었다. 가장자리는 항상 긁어내기가 어렵다. 남아있는 메니큐어가 창피했었는지, 리무버로 차분히 지우지 못하고 긁어내 버린 내가 창피했었는지,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숨겼다. 하나도 의미 없는 생각을 하다가 물을 마시러 일어난다.

요즘 물을 자주 마신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 두컵 정도 마시지 않았다. 요즘은 2리터 넘게 마시고 있다. 그래서인지 괜히 몸이 생기 있다는 느낌이 든다. 샤워할 때마다 거울속에 내 몸이 젊다는 걸 더 느끼고 있다. 내 오른쪽 반지 손가락에 있는 문신도 요즘 더 좋아지고 있다. 아무런 의미 없는, 볼펜으로 그린듯한 다이아몬드 반지. 그래도 눈부시게 빛난다. 젊다는 게 새삼 이렇게 눈 부시게 느껴지는 것이 왠지 짜증이 난다.

책상 위에 뒀던 새콤달콤이 더운 날씨에 말캉말캉하다. 입안에 넣고 씹으니 또 목이 마르다.
계곡 갔다 온 날 밤은 좀 시원했었는데. 옛날 교수님한테 보냈던 메일을 찾다가 마주친 옛 기억이 소름치게 무서워서 시원하게 느껴졌는지도. 남자친구랑 주고 받은 이메일들. 떡, 하니 앉아있었다. 벗어 놓고간 뱀 허물처럼. 한 십 년전에 만났던 사람 같은데 삼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We used to go to this Indian restaurant. There was a server that we liked, he remembered our orders and had a tiny tattoo on the webbing between his thumb and index finger. He stopped working there around the time we broke up. To him, we will always be that couple who love curry and had no issues. Just "more rice."

서툰 발음으로 나를 '애기'라고 불렀던 그 애. 나한테 자작곡을 써서 불러주던 그 애가 음반을 냈는데, 그 음반을 내가 모르는 친구한테 바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우리 사이가 멀어진 거다. 은하계들도 아닌데 점점 가속을 내며 서로에게 희미해져가는 그런 사이다, 우리는.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괜찮았는데, 음반을 바칠 정도로 친한 그 애의 친구를 내가 모른다는 게 슬펐다.

한 때는 내 몸의 일부였던 그 애가 몸에 맞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미련 없이, 허물 벗 듯 그 애를 벗었다. 그 애는 나한테 "you caught me young," 이라고 했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 수록 더 멋져질 수 밖에 없다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더 좋기만 할테니까 자기는 기다려도 상관이 없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마저도 어린 애의 오기였다는 걸 나는 알지만, 그래도 위안이 됐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거라는 희망이라기 보다, 내가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어 질거라는 희망이.

날은 덥고 새콤달콤은 말랑해도 여전히 맛있고. 한 숨 자야겠다.

Tuesday, February 7, 2012

Ophelia


Ophelia by Sir John Everett Millias

I have a print of this hanging on my closet door which is right next to my bed. So I lie parallel to Ophelia every night. Ophelia is a character from Hamlet and the scene of Kirsten Dunst floating in water in Melancholia is inspired by this painting. Shakespeare-John Everett-Lars Von Trier, now that's pretty cool.

Monday, December 19, 2011

December

My year of magical thinking is almost over.
Life goes on, but with things and memories and people that I want to share with her.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