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31, 2012

Bye 2012

혼자.
기분과 몸은 최악이고, 무엇을 잃기 위해 이렇게 치열해야 하는가. 여기 가만히 앉아 몇 시간만 흘러 보내면 2012년은 너무도 쉽게 잃을 수 있는데도.
며칠 전 술에 취해 나보고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온갖 악담을 퍼부었던 희진이가 생각 나,
나도 개 같은 년이 되고 싶을 때도 있어, 라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http://goldenrecord.org/viewer.swf
1977년에 우주로 쏘아보낸 이미지들이라고 한다. 받는 사람(것?)이 어디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존재는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지구를 잘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를 고르고 고른 사람의 마음이 괜히 짠하다.

내년에는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네요.

Thursday, December 27, 2012

Winter 2012

끝나간다.

정말 '끝'이기 전까지는 끝의 시작의 무한 반복일 것 같은 느낌.

2012년 지구 종말은 오지 않았다. 지난 겨울 히스토리 채널에서 윤년이 로마제국 당시 시작 된 것이고 마야 달력이 만들어 진 다음이니까 현재 날짜에서 대략 500일을 빼야하기 때문에, 결국 2012년 12월 지구 종말은 사실 2010년 쯤 일어났어야 한다는 그런 걸 봤는데.  뭐,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더래도 마야 달력의 지구종말은 20세기 소년의 세계멸망계획보다도 설득력 없긴 했지만. (칸나!!!!)

어쨌든 끝의 시작은 슬프다. 모든 게 신생아 같았으면 좋으련만. 이 아이는 4살 때 암으로 죽을 걸세, 선고를 받고도 뭐 갖다버리지도 못하겠고, 병원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과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모순적인 생각들 속에서 분명한 건 더 이상 약물과 수술로는 암을 멈출수가 없대나 뭐래나. 의욕을 상실한 나는 그저 끄덕끄덕, 아, 그렇군요, 흠흠, 하며 우는 것이 도덕적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밤엔 Destroyer의 Kaputt이 꽤 괜찮은 것 같다. 노래들이 하도 비슷해서 트랜지션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겠고 이 노래가 저 노랜지 아니면 아직도 이 노래인지, 그냥 아주 긴 노래를 듣고 있는 것 같아서.

세수도 안 한 나를 데려다 주면서 차에서 이 앨범을 틀길래 아침부터 갑자기 짜증이 나려고 해서 차 문을 힘껏 닫고 뒤도 안보고 내린 기억이. 플로리다 여름. 그 때도 이런 기분이었지. 게이트에서 한국 사람들 바글바글 하게 모여있는 것을 봤을 때도 끝의 시작인 것 같았는데. 5년 동안 모르는 사람이 내 이름을 정확히 발음했던 기억이 별로 없고,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아예 없었던 것 같은데 대한항공 승무원이 마이크를 통해 내 이름을 너무도 정확히 부르는 순간 느꼈던 이질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