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6, 2012

Summer 2012


선풍기 전원버튼을 내내 엄지발가락으로 눌렀다가 몇 분 있다 다시 눌렀다가를 반복한다.
엄지 발톱은 빨갛다.

그저께 계곡에 갔을땐 창피했던 발가락.
메니큐어를 바른지 좀 되서 손톱으로 가운데를 긁어 냈었다. 가장자리는 항상 긁어내기가 어렵다. 남아있는 메니큐어가 창피했었는지, 리무버로 차분히 지우지 못하고 긁어내 버린 내가 창피했었는지,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숨겼다. 하나도 의미 없는 생각을 하다가 물을 마시러 일어난다.

요즘 물을 자주 마신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 두컵 정도 마시지 않았다. 요즘은 2리터 넘게 마시고 있다. 그래서인지 괜히 몸이 생기 있다는 느낌이 든다. 샤워할 때마다 거울속에 내 몸이 젊다는 걸 더 느끼고 있다. 내 오른쪽 반지 손가락에 있는 문신도 요즘 더 좋아지고 있다. 아무런 의미 없는, 볼펜으로 그린듯한 다이아몬드 반지. 그래도 눈부시게 빛난다. 젊다는 게 새삼 이렇게 눈 부시게 느껴지는 것이 왠지 짜증이 난다.

책상 위에 뒀던 새콤달콤이 더운 날씨에 말캉말캉하다. 입안에 넣고 씹으니 또 목이 마르다.
계곡 갔다 온 날 밤은 좀 시원했었는데. 옛날 교수님한테 보냈던 메일을 찾다가 마주친 옛 기억이 소름치게 무서워서 시원하게 느껴졌는지도. 남자친구랑 주고 받은 이메일들. 떡, 하니 앉아있었다. 벗어 놓고간 뱀 허물처럼. 한 십 년전에 만났던 사람 같은데 삼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We used to go to this Indian restaurant. There was a server that we liked, he remembered our orders and had a tiny tattoo on the webbing between his thumb and index finger. He stopped working there around the time we broke up. To him, we will always be that couple who love curry and had no issues. Just "more rice."

서툰 발음으로 나를 '애기'라고 불렀던 그 애. 나한테 자작곡을 써서 불러주던 그 애가 음반을 냈는데, 그 음반을 내가 모르는 친구한테 바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우리 사이가 멀어진 거다. 은하계들도 아닌데 점점 가속을 내며 서로에게 희미해져가는 그런 사이다, 우리는.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괜찮았는데, 음반을 바칠 정도로 친한 그 애의 친구를 내가 모른다는 게 슬펐다.

한 때는 내 몸의 일부였던 그 애가 몸에 맞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미련 없이, 허물 벗 듯 그 애를 벗었다. 그 애는 나한테 "you caught me young," 이라고 했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 수록 더 멋져질 수 밖에 없다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더 좋기만 할테니까 자기는 기다려도 상관이 없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마저도 어린 애의 오기였다는 걸 나는 알지만, 그래도 위안이 됐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거라는 희망이라기 보다, 내가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어 질거라는 희망이.

날은 덥고 새콤달콤은 말랑해도 여전히 맛있고. 한 숨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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